2011.12.06 09:18

글이 안 써질 때.

     결심한 게 하나 있다. 사람들은 항상 글을 쓸 때 장황한 설명을 하곤 한다. '나의 글은 엄청나게 멋있다,' 라고?! 솔직히 말하면 딱 한가지 사실, 하나의 주제만 남아있는 글 뿐이나 그것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참 많이 걸린다. 나 또한 그런 사람이다. 글을 쓰곤 싶으나 항상 채워져 있는 인트로가 풍성히 있어야 하며, 그 인트로를 통해 내 성격이나 느낌이 군더더기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는 현실이 요즘 컴퓨터를 이용하는 세대가 갖는 습관같은 형식이니까. 언젠가부터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갑자기 다른 주제로 다른 언어로 벗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. 지난 번에도 에세이가 잘 써지지 않아 내 생각을 무조건적으로 풀어놓을 수 있는 한국어로 막 풀어내듯이 토해내고 나니, 한결 가벼워 지고 내가 쓰려는 말들이 쉽고 간단한 언어로 써지는 경험을 했다. 그리고 나서는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글이 안써지는 만큼 글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.

     여기서 갖게 되는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. 결국 글이라는 건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밖으로 표현해 나가는 것인데, 사람들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, 매일 뻔한 생각만 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. 결국 글이라는 건 마음 속에 있는 걸 배출하고 정리해내는 과정인데 그런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닦여있지 않다면 어떤 글인들 편하고 자연스럽게 써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. 물론, 그 글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포인트가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겠지만 그렇게까지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사람들에게 있느냐는 생각이다. 현대 사람들은 대부분 무언가에 몰두하고 생각하느라 바쁘고 걱정이 많기 때문에 무엇인가 음미하며 생각할 여유가 없다.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여유있게 글을 쓸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.

     글을 쓰는 것 조차도 창작 예술이기 때문에 올바른 가치관과 생각을 갖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가 어렵다. 여러 단어가 어우러진 한 문장이 사람을 살릴수도,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. 조금 더 생각을 해서 풀어놓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글의 한 문장도 또한 말 한마디와 같이, 오히려 남을 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쉽게 읽히기 때문에 말보다도 더 파급력이 있다. 확고한 가치관과 생각으로 무장된 어떤 사람들은 그것들을 탄력있게 이겨나갈 자신감이 있을진 몰라도,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루를 살기에 너무 많은 소음과 모임, 과정이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.
 
     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이, 주제를 생각하고 한두가지의 개연성 있는 아이디어를 덧붙이고, 그런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하나의 선물 꾸러미를 만드는 순서가 재미있다. 그래서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걸 좋아했는지 모른다. 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, 정리할 수 있으며,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을 통해 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또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. 하지만 지금 겪고 있는 다른 언어로 글을 쓰는 문제는 이것보다 더 치밀하고 많은 단계를 요구로 한다. 알맞은 단어를 선택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며, 어떤 개요로 몇 문장은 이 문단 안에 만들어야 하며, 실증적인 예시를 적어야 하며,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결론을 내리기까지. 논지 전개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다시 깨닫는다. 

     이곳에서도 글을 쓰는 것이 상당히 발전된 순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, 사람들도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되어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을 사심없이 피력한다. 그런 것들이 좋다. 나도 언젠가 더 실력이 는다면 그런 식으로 개연성 있고 깔끔한 논지전개와 결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더 긴밀히 소통할 수 있겠지. 이제 머리가 비어온다. 깔끔해진다. 다시 에세이를 쓸 수 있겠다.

'::일상속 > ::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2012/05/12  (0) 2012.05.22
으악!  (0) 2011.12.10
글이 안 써질 때.  (0) 2011.12.06
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  (0) 2011.09.14
인터넷이 된다는 거,  (0) 2011.08.28
두려움  (0) 2010.12.05
Trackback 0 Comment 0